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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AI 기능을 말할 때, 나는 UX, UX, UX를 고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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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AI 기능을 말할 때, 나는 UX, UX, UX를 고집한다

AI 기능이 아니라 사용자가 일을 끝내는 경험에 집중한다. 대화에서 선택으로, 생성에서 수정으로 이어지는 UX와 PIVOT AI STUDIO의 설계 기준을 이야기한다.

AI 기능이 늘었는데 사용자가 해야 할 일이 줄지 않았다면, 나는 그 서비스를 좋아졌다고 평가하지 않는다.

새로운 기능을 찾고, 사용법을 익히고, 원하는 결과가 나오도록 여러 번 설명해야 한다. 그렇게 얻은 결과를 다른 도구로 옮겨 다시 정리해야 비로소 일을 끝낼 수 있다면, 우리가 무엇을 개선했는지부터 물어야 한다.

나도 새로운 AI 기술에 관심이 많다. 좋은 모델이 나오면 써보고 싶고, 우리 일에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지 생각한다. 피벗이 사내 AI STUDIO를 직접 만드는 것도 그런 관심의 연장선에 있다.

그러나 기술을 시험할 때의 흥미와, 서비스를 평가할 때의 기준은 구분하려고 한다.

내가 보고 싶은 것은 사용자가 무엇을 덜 헤매게 됐는지, 전에는 어려웠던 일을 어디까지 해낼 수 있게 됐는지다. 기능 설명을 듣지 않은 사람도 시작할 수 있는가. 결과를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는가. 잘못됐을 때 고쳐서 끝낼 수 있는가.

내가 말하는 UX, 사용자 경험은 그 전체다.

그래서 AI를 이야기하는 자리에서도 나는 자꾸 UX로 돌아온다. 기술의 가능성이 사람에게 실제로 도움이 되는 지점은 결국 그곳이기 때문이다.

사용자는 우리 AI와 오래 대화할 의무가 없다

냉장고를 바꾸려는 사람을 생각해보자.

이 사람에게는 설치할 공간과 예산이 있다. 가족이 쓰기에 충분한 용량이 필요하고, 원하는 날짜에 설치할 수 있어야 한다. 무엇을 먼저 확인해야 하는지 몰라서 추천을 부탁할 수도 있다.

서비스가 이 요청을 받아 제품 열 개를 긴 설명과 함께 보여줬다고 하자. 답변은 풍부하다. 하지만 사용자는 다시 묻는다.

“그래서 우리 집에는 어떤 게 맞는데?”

나는 여기서부터가 설계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제품에 관해 말을 많이 할 수 있는 것과, 이 사람이 제품을 고를 수 있게 돕는 것은 다르다. 설치 공간을 확인하지 않고 추천했다면 선택의 전제가 빠져 있다. 차이를 설명했지만 한눈에 비교할 수 없다면 사용자가 내용을 다시 정리해야 한다. 마음에 드는 제품을 골랐는데 구매 화면에서 처음부터 검색해야 한다면, 대화와 실제 행동이 연결되지 않은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화창을 더 크게 만들거나 답변을 더 자연스럽게 다듬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어떤 질문을 먼저 할지, 무엇은 이미 가진 정보로 처리할지, 어느 시점에 비교표나 선택지를 보여줄지 정해야 한다. 가격과 설치 가능 여부처럼 확인이 필요한 정보는 실제 데이터와 연결해야 하고, 확인하지 못했다면 그 사실도 보여줘야 한다.

그리고 사용자가 결정했다면 그 결정을 다음 단계로 가져가야 한다.

나는 대화형 인터페이스가 모든 화면을 대신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원하는 바를 설명할 때는 대화가 편할 수 있다. 조건을 비교할 때는 표가, 특정 항목을 바꿀 때는 선택 버튼이 더 명확할 수 있다.

이미 고른 색상을 바꾸기 위해 사용자가 다시 한 문장을 입력해야 할 이유는 없다.

서비스의 목적이 구매를 돕는 것이라면, 좋은 대화를 나눴다는 사실보다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었는지가 중요하다.

냉장고 구매를 위한 UX 설계 예시. 대화로 설치 공간·예산·가족 수를 입력하고, 조건을 유지한 제품 비교 화면을 거쳐 선택과 구매 단계로 이어진다.
UX 설계 예시. 대화는 시작하는 방법일 수 있다. 비교하고 선택하고 실행하는 과정까지 연결돼야 사용자의 일이 끝난다.

“배경만 바꿔달라”는 요청에는 약속이 들어 있다

이미지 작업에서는 이 문제가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사용자가 인물 사진을 올리고 “배경만 바꿔줘”라고 요청했다고 하자. 새로운 배경은 근사하다. 그런데 얼굴이 조금 달라지고, 옷의 디테일도 바뀌었다.

보기에는 더 멋진 사진일 수 있다. 하지만 사용자의 요청에 맞는 결과는 아니다.

이 문장에서 중요한 것은 ‘배경’만이 아니다. ‘만’이라는 말에는 나머지는 유지해달라는 조건이 들어 있다.

이를 사용자의 프롬프트가 부족했다고만 해석하고 싶지는 않다. 바꾸지 않아야 할 대상을 매번 길게 열거하게 할 것인지, 화면에서 수정 범위를 지정하게 할 것인지, 결과를 비교하고 되돌릴 수 있도록 할 것인지는 서비스를 만드는 쪽의 선택이기도 하다.

나는 이런 세부에서 UX의 수준이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사용자는 작업을 시작할 때 한 번만 의도를 전달하는 사람이 아니다. 결과를 보면서 생각을 바꾸고, 일부를 남기고, 나머지를 수정한다. 좋은 부분은 그대로 두고 한 군데만 고치고 싶을 때도 있다.

그때마다 전체를 다시 생성해야 한다면, 사용자는 수정할 때마다 이미 얻은 결과를 잃을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마음에 드는 결과가 나와도 다음 요청을 망설이게 된다.

그래서 첫 결과만큼 수정 과정이 중요하다. 무엇을 바꿀지 명확히 지정할 수 있어야 하고, 무엇이 바뀌었는지 확인할 수 있어야 하며, 원하지 않는 변화는 되돌릴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인터페이스만으로 모델의 한계를 없앨 수는 없다. 유지해야 할 부분을 기술적으로 보존하지 못한다면 그 한계부터 해결하거나 알려야 한다. 지킬 수 없는 조건을 화면에서 약속하는 것은 더 나쁜 경험을 만든다.

내가 만들고 싶은 것은 한 번 놀라운 결과를 보여주는 도구보다, 사용자가 안심하고 다음 수정을 요청할 수 있는 도구다.

배경만 바꾸는 AI 이미지 편집의 UX 설계 예시. 원본에서 변경할 배경과 유지할 인물을 구분하고, 수정 결과를 비교하거나 되돌리는 흐름을 보여준다.
UX 설계 예시. ‘배경만 바꾼다’는 요청에는 나머지를 유지한다는 조건이 포함돼 있다. 좋은 편집 경험은 바꾸는 능력과 지키는 능력을 함께 요구한다.

편하게 만든다는 이유로 판단까지 가져가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내가 생각하는 좋은 UX가 모든 질문과 확인을 없애는 것은 아니다.

어떤 과정은 줄여야 하지만, 어떤 과정은 남겨야 한다. 사용자가 하지 않아도 될 준비와 사용자가 직접 해야 할 판단을 구분해야 한다.

예를 들어 문안의 표현을 다듬거나 이미지 후보를 만드는 일은 곧바로 실행해도 될 수 있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버리거나 다시 만들면 된다. 그러나 고객에게 메일을 보내거나 외부에 결과물을 공개하는 일은 다르다. 어떤 내용이 누구에게 전달되는지 확인하는 단계가 필요하다.

이때 확인 버튼이 하나 늘었다는 이유로 경험이 나빠졌다고 보지는 않는다.

중요한 행동 앞에서 내용을 검토할 수 있는 것은 통제권이다. 비용이 발생하거나 공개 범위가 달라지는 작업이라면 사용자는 실행 전에 그것을 알아야 한다. 문제가 생겼을 때 중단하거나 되돌릴 수 있는지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반대로 결과에 영향을 주지 않는 설정까지 모두 사용자에게 고르게 한다면, 그것은 선택권을 준다기보다 설계자가 해야 할 결정을 미룬 것일 수 있다.

나에게 좋은 UX는 가장 적은 클릭으로 모든 일을 처리하는 것이 아니다.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곳에서는 수고를 줄이고, 중요한 곳에서는 충분히 판단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사용자가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서비스를 만들자는 뜻이 아니다.

사용자가 생각해야 할 곳에 집중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자는 뜻이다.

우리도 기능을 붙이다가, 다시 사용법으로 돌아왔다

이 기준은 고객에게 제안하는 서비스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피벗의 AI STUDIO도 여러 기능을 연결하는 데서 출발했다. 새로운 기술을 같은 작업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게 하자는 목적이었다. 하지만 기능을 넓게 시험하는 과정에서 화면이 복잡해졌고,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를 다시 설명해야 했다.

그래서 메뉴에서 기능을 직접 선택하는 방식 외에, 대화로 요청하는 PAI와 정해진 순서를 따라 작업하는 템플릿을 마련했다. 연결된 모델을 모두 보여주기보다 선택지를 정리하는 작업도 했다.

이것을 완성된 해답이라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직접 만들면서 계속 확인해야 하는 질문에 가깝다.

반복되는 작업을 하려는 사람에게 매번 빈 입력창부터 보여주는 것이 맞는가. 이미 원하는 결과가 명확한 전문가에게 단계별 안내를 끝까지 따르게 하는 것이 맞는가. 어떤 모델을 선택해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과, 모델을 직접 비교하고 싶은 사람에게 같은 화면을 제공해야 하는가.

모두에게 가장 단순한 화면 하나를 주는 것만으로 풀리지는 않는다.

처음 쓰는 사람에게는 적절한 기본값과 시작점이 필요하다. 익숙한 사람에게는 세부를 조정할 여지가 필요하다. 필요한 순간에 더 깊이 들어갈 수 있도록 하되, 처음부터 모든 것을 이해해야만 시작할 수 있게 만들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새로운 기능을 붙였을 때도 질문을 하나 더 해야 한다.

“이제 무엇을 할 수 있지?”에서 끝내지 않고, “그 일을 하려는 사람은 어디서부터 시작하지?”까지 물어야 한다.

대표인 내가 시연을 이해하는 것과, 구성원이 혼자 일을 끝내는 것은 다르다. 설명하는 사람이 옆에 있을 때만 편한 서비스라면, 아직 설계할 것이 남아 있는 셈이다.

PIVOT AI STUDIO의 진입 방식을 설명하는 개념 와이어프레임. 왼쪽의 대화형 PAI와 오른쪽의 단계별 템플릿이 같은 작업 목표로 이어진다.
UX 설계 예시. 같은 작업도 시작하는 방법은 다를 수 있다. 대화형 PAI와 단계별 템플릿의 개념을 재구성한 이미지로, 실제 서비스 화면이나 동일한 결과 품질을 보장하는 자료는 아니다.

나는 ‘생성 완료’ 다음 화면을 보고 싶다

AI 기능을 검토할 때 앞으로 더 자주 보고 싶은 것은 결과가 나온 다음의 장면이다.

생성이 끝났다는 메시지 뒤에서 사용자는 무엇을 하는가. 결과를 바로 활용하는가, 아니면 다른 프로그램을 열어 다시 정리하는가. 무엇을 믿고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 아는가. 수정할 수 없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지는 않는가.

문안이 만들어졌지만 필요한 글자 수에 맞지 않을 수 있다. 제품이 추천됐지만 선택한 조건이 구매 단계에 전달되지 않을 수 있다. 이미지가 완성됐지만 필요한 규격으로 내보낼 수 없을 수도 있다.

이런 경우 생성 기능은 작동했다. 사용자의 일은 끝나지 않았다.

나는 디자인의 범위를 여기까지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 화면과 대화의 모양뿐 아니라 입력, 대기, 오류, 수정, 저장, 전달까지 살펴야 한다. 특히 잘 작동할 때보다 기대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때 사용자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생성 횟수나 대화 횟수만으로는 이 경험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 같은 요청을 반복했다는 사실이 적극적인 활용을 뜻할 수도 있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는 뜻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제로 작업을 완료했는지, 얼마나 수정했는지, 어디에서 다시 시작했는지를 함께 보고 싶다. 긴 설명 없이도 시작했는지, 문제가 생겼을 때 스스로 회복할 수 있었는지도 확인하고 싶다.

서비스에 머문 시간이 길어졌다고 무조건 좋아할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할 일을 더 빨리 끝내고 나갔다면, 그것이 우리가 원했던 결과일 수 있다.

우리 화면에 사용자를 오래 붙잡아두는 것보다, 그 사람이 하려던 일을 잘 끝내게 하는 데 관심이 있다.

디자이너에게 화면보다 큰 질문을 맡기고 싶다

AI 프로젝트에서 디자인을 마지막 포장으로 남겨두고 싶지는 않다.

기술과 기능을 모두 정한 다음 “이제 보기 좋게 만들어달라”고 요청한다면, 이미 결정된 사용 방식 안에서 표현만 정리하게 된다. 그런데 앞에서 이야기한 문제들은 색이나 버튼의 모양을 바꾸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처음부터 질문해야 한다.

이 기능은 누구의 어떤 일을 돕는가. 사용자가 굳이 알아야 할 정보인가. 대화가 필요한가, 선택이 더 나은가. 자동으로 실행해도 되는가, 먼저 확인해야 하는가. 결과가 틀렸다면 다음 행동은 무엇인가.

기획과 디자인, 개발이 함께 다뤄야 할 질문이다. UX를 강조한다는 것은 디자이너에게 모든 책임을 넘긴다는 뜻이 아니다. 기술적인 결정과 사업적인 결정에도 사용자의 관점을 놓치지 않겠다는 뜻이다.

모델의 성능이 부족한 문제를 좋은 화면으로 덮을 수는 없다. 반대로 성능이 좋다는 이유로 사용자가 감당해야 할 불편을 당연하게 여길 수도 없다. 기술과 경험은 서로의 부족함을 변명하는 관계여서는 안 된다.

나는 피벗이 그 사이의 일을 잘하는 회사였으면 한다. 기술이 할 수 있는 것을 이해하고, 실제로 사람이 쓰는 과정까지 책임 있게 설계하는 회사.

새로운 기능을 보여주는 순간에는 감탄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다음 날에도 그 서비스를 열어야 하는 사람에게는 다른 이유가 필요하다.

시작하기 어렵지 않았고, 원하는 것을 고칠 수 있었고, 중요한 결정은 내 손에 있었으며, 결국 해야 할 일을 끝냈다는 경험이다.

내가 고집하는 UX는 그 경험을 만드는 일이다.

기능이 얼마나 늘어났는지보다, 그 앞에 앉은 사람의 일이 얼마나 나아졌는지를 보겠다.

지형석 PIVOT CREATIVE 대표의 프로필 일러스트

글쓴이

지형석

PIVOT CREATIVE 대표

디자인과 기술이 사람의 일을 어떻게 더 나아지게 하는지 고민합니다. 피벗을 운영하며 내린 판단과, 직접 만들고 사용하면서 배운 것을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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