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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를 도입한 다음, 회사가 해야 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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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를 도입한 다음, 회사가 해야 할 일

AI 도입의 다음 과제는 경험을 회사의 실력으로 남기는 일입니다. PIVOT CREATIVE가 사내 AI STUDIO를 직접 만들며 고민한 도구 선택, 실무 활용, 전체 비용과 인간의 판단을 이야기합니다.

피벗이 AI STUDIO를 만드는 이유는 명확하다. 구성원들이 좋은 AI를 더 쉽게 쓰게 하고, 그 과정에서 알아낸 좋은 방법이 회사 안에 남도록 하기 위해서다.

누군가 적합한 도구를 찾고, 여러 번 실패한 끝에 쓸 만한 결과를 얻었다고 하자. 다음 사람이 비슷한 일을 맡았을 때 똑같은 시행착오를 처음부터 반복한다면, 그 회사는 AI를 사용하고는 있지만 경험을 쌓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나는 그 반복을 줄이고 싶다.

AI를 익히는 데 개인의 노력은 필요하다. 하지만 어떤 도구를 선택하고, 어떻게 업무에 적용하고, 무엇을 다음 작업에 남길지까지 전부 개인에게 맡겨놓는다면 회사가 하는 일은 구독료를 내주는 것에 그친다. 대표로서 고민해야 할 부분은 그다음이라고 생각했다.

PIVOT AI STUDIO는 여러 AI 모델을 하나의 작업 환경에 연결한 사내 플랫폼이다. 이미지와 영상을 만들고 편집하거나, 대화로 작업을 요청하고, 정해진 절차를 따라 결과물을 만드는 기능을 담았다. 출발점은 단순했다. 구성원이 여러 서비스를 옮겨 다니지 않고, 익숙한 화면에서 새로운 기술을 사용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었다.

우리가 AI 모델 자체를 만들겠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좋은 기술은 가져다 쓰면 된다. 다만 그 기술로 우리 일을 어떻게 해낼 것인지는 우리가 결정해야 한다.

PIVOT AI STUDIO의 실제 제품·커머스 템플릿 화면. 작업 목적에 맞는 시작점을 선택하면 입력 자료와 설정을 단계별로 정리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화면의 예시 썸네일은 이번 글을 위해 실행한 결과가 아니다.
PIVOT AI STUDIO의 실제 제품·커머스 템플릿 화면. 작업 목적에 맞는 시작점을 선택하면 입력 자료와 설정을 단계별로 정리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화면의 예시 썸네일은 이번 글을 위해 실행한 결과가 아니다.

만드는 사람만 재미있어서는 안 된다

처음에는 가능한 기능을 많이 붙였다. 여러 모델을 연결하고, 새로운 작업을 시도할 수 있게 했다. 먼저 넓게 실험한 다음, 의미 있는 기능을 남기고 합쳐가려는 접근이었다. 그러다 보니 화면도 복잡해졌다.

그런데 만드는 쪽에서 보는 진전과, 사용하는 쪽에서 느끼는 편리함은 같지 않았다.

모델을 많이 연결해놓으면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동시에 사용자는 무엇을 골라야 할지 판단해야 한다. 기능을 추가하면 할 수 있는 일은 늘어난다. 하지만 해야 할 일이 정해져 있는 사람에게는, 그중 어디로 들어가야 하는지가 새로운 문제가 된다.

그래서 실제로 연결한 모델보다 화면에 보여주는 모델을 줄였다. 사용률이 낮다는 문제를 보면서, 작업을 단계별로 시작할 수 있는 템플릿도 추가했다.

만드는 사람이 재미있다고 해서 쓰는 사람에게 필요한 도구가 되는 것은 아니다.

대표가 새 기능을 신기해하는 동안, 실무자는 오늘 끝내야 할 일을 생각한다. 새로운 기능을 배우는 데 드는 시간보다 기존 방식으로 처리하는 시간이 짧다면, 익숙한 도구를 선택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 선택을 단순히 변화에 소극적인 태도라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물론 개발 중인 도구에는 테스트와 피드백이 필요하다. 우리도 구성원들에게 그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테스트에 참여해달라는 부탁과, 일상적으로 쓸 만큼 유용하다는 평가는 구분해야 한다.

사내 플랫폼이라는 이유로 그 간격을 직원의 의무감으로 메울 수는 없다.

공기청정기 한 대를 거실에 놓는 일

가령 공기청정기 프로모션에 사용할 이미지를 준비한다고 해보자.

“밝은 거실에 공기청정기를 놓아줘”라는 요청은 간단하다. 그러나 실제 작업에서 필요한 조건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제품의 형태와 비례가 맞아야 하고, 공간은 브랜드가 원하는 분위기여야 한다. 광고 문구가 들어갈 자리도 필요하다. 보기에는 근사하지만 제품이 달라졌다면, 그 이미지는 그대로 사용할 수 없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느냐보다, 작업자가 이런 조건들을 어떻게 전달하고 확인하느냐다.

AI STUDIO에 넣은 제품 이미지 템플릿은 제품을 올리고, 참고할 공간과 분위기를 선택하고, 제품 크기와 출력 비율 같은 조건을 설정하는 방식이다. 길게 설명해야 했던 내용을 작업 순서에 맞춰 나눈 것이다.

이 접근에는 분명한 한계도 있다. 입력을 편하게 만들었다고 결과의 정확성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제품의 세부가 맞는지, 사용 목적에 적합한지는 여전히 사람이 확인해야 한다.

다만 디자이너가 도구에 설명하는 법을 알아내는 데 쓰던 시간을 줄일 수 있다면, 그만큼 결과를 판단하고 수정하는 데 집중할 여지가 생긴다. 우리가 기대하는 효율은 그런 것이다.

제품 형태와 공간 조건, 문구를 위한 여백을 설명하기 위해 새로 만든 AI 생성 예시다. 실제 AI STUDIO 실행·납품 사례는 아니다. 입력이 간단해져도 제품의 형태와 비례, 최종 사용 적합성은 사람이 확인해야 한다.
제품 형태와 공간 조건, 문구를 위한 여백을 설명하기 위해 새로 만든 AI 생성 예시다. 실제 AI STUDIO 실행·납품 사례는 아니다. 입력이 간단해져도 제품의 형태와 비례, 최종 사용 적합성은 사람이 확인해야 한다.

그다음에는 잘된 작업을 남기는 문제가 있다.

결과물만 저장해놓으면 다른 사람은 완성된 이미지는 볼 수 있어도, 어떤 설정에서 그 결과가 나왔는지는 알기 어렵다. 그래서 설정값을 저장하고 공유하는 프리셋과, 결과물을 살펴보고 후속 작업으로 이어갈 수 있는 아카이브를 마련했다.

내가 기대하는 장면은 이렇다. 비슷한 일을 맡은 사람이 이전 작업을 찾아보고, 그 조건을 출발점으로 삼아 자신의 과제에 맞게 바꾼다. 이번에 더 나은 방법을 발견했다면, 그것도 남긴다.

모든 사람이 같은 결과를 만들자는 뜻은 아니다. 같은 준비를 매번 되풀이하지 말자는 뜻이다.

PIVOT AI STUDIO의 실제 회사 표준 텍스트 프리셋 화면. 작업 목적별 지침을 남겨 다음 작업의 시작점으로 활용하도록 했다. 이 화면은 기능 구성을 보여주며, 전사 활용 성과를 의미하지 않는다.
PIVOT AI STUDIO의 실제 회사 표준 텍스트 프리셋 화면. 작업 목적별 지침을 남겨 다음 작업의 시작점으로 활용하도록 했다. 이 화면은 기능 구성을 보여주며, 전사 활용 성과를 의미하지 않는다.

실무자의 요청을 받는 방식도 여기서 출발한다. “카피라이팅 기능이 필요하다”는 말만으로는 무엇을 만들어야 할지 알기 어렵다. 어떤 자료를 받아서, 어느 수준의 문안을, 어떤 형식으로 전달해야 하는지가 있어야 테스트할 기준이 생긴다.

그래서 나는 기능을 설계해서 요청하기보다, 실제로 받는 자료와 원하는 결과를 보여달라고 했다. 그것을 바탕으로 템플릿을 만들고, 테스트해보고, 반복해서 쓸 가치가 확인되면 도구로 발전시키자는 것이다.

실무자는 필요한 결과를 설명하고, 만드는 쪽은 거기까지 가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그 순서가 바뀌면, 기능은 많지만 쓸 일은 없는 서비스를 만들기 쉽다.

계산서에는 사람의 수정 시간이 찍히지 않는다

최근에는 맥 스튜디오를 구입해 로컬에서 AI를 실행하는 비용과, 클라우드 AI를 사용하는 비용을 비교해봤다. AI STUDIO뿐 아니라 회사 전반에 AI를 적용한다면 어느 쪽이 유리할지 궁금했다.

그런데 비용을 계산하면서도 마음에 걸린 것은 결과물의 수준이었다. 최신 클라우드 AI와 품질 차이가 크다면, 장비 가격과 이용료만 비교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저렴한 방식으로 결과를 얻었더라도 사람이 오래 고쳐야 한다면, 그 차이는 다른 곳에서 지불하게 된다. AI 이용료에는 찍히지 않지만 수정하는 사람의 시간에는 남는다.

그래서 내가 보고 싶은 비용은 결과 하나를 생성하는 가격이 아니다. 우리가 요구하는 수준으로 일을 끝내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다.

이 기준은 사내 플랫폼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직접 만들면 구독료를 줄일 수 있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개발과 유지보수에는 비용이 든다. 기능이 늘어나면 관리해야 할 부분도 늘어난다. 사용자가 막히는 곳을 찾아 고치는 데도 시간이 필요하다.

이미 잘 작동하는 외부 서비스를 비슷하게 만드는 데 그친다면, 굳이 우리가 그 비용을 부담할 이유가 약하다.

자체 개발의 가치는 우리 업무에 맞게 바꿀 수 있다는 데 있어야 한다. 자주 반복하는 작업의 준비를 줄이고, 필요한 자료와 설정을 연결하고, 다음 사람이 이전 경험을 활용할 수 있게 만드는 것. 그런 변화가 실제로 생기는지 확인해야 투자를 설명할 수 있다.

만들었다는 사실은 비용을 썼다는 증거다. 잘 만들었다는 증거는 따로 필요하다.

비용을 비교하는 기준은 생성 한 번의 가격이 아니라, 필요한 품질로 작업을 완료하기까지 들어가는 전체 비용이다. 위 도식은 판단 항목을 정리한 개념도다.
비용을 비교하는 기준은 생성 한 번의 가격이 아니라, 필요한 품질로 작업을 완료하기까지 들어가는 전체 비용이다. 위 도식은 판단 항목을 정리한 개념도다.

우리 플랫폼이 모든 일을 할 필요는 없다

이 때문에 AI STUDIO 안으로 모든 업무를 가져올 생각은 없다.

디자이너가 원래 사용하는 도구 안에서 바로 AI를 호출하는 편이 자연스럽다면, 그 방식이 더 나을 수 있다. 실제로 사내에서도 Figma 안에서 작업하는 경우처럼 기존 도구를 사용하는 편이 편리한 상황을 구분해서 이야기했다.

중요한 것은 우리 로고가 붙은 화면을 얼마나 오래 사용하는지가 아니다. 일을 얼마나 잘 끝내는지다.

이 기준을 놓치면 자체 플랫폼은 오히려 새로운 제약이 된다. 외부에 더 적합한 방법이 있어도 우리가 만든 것을 써야 하고, 이미 잘하던 작업을 굳이 다른 화면에서 다시 배워야 한다. 편하게 일하려고 만든 도구가 회사에 하나 더 생긴 절차가 되는 것이다.

직접 만든다는 것은 모든 기술을 소유한다는 뜻이 아니다. 어떤 기술을 연결하고, 어떤 과정을 줄이며, 어디에서 사람이 판단해야 하는지를 우리가 정한다는 뜻에 가깝다.

AI STUDIO 자체를 AI의 도움으로 제작하고 수정해보는 것도 같은 이유다. 우리가 원하는 디테일까지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는지 직접 확인하려 했다.

처음 화면이 나왔을 때보다 중요한 것은 수정이 시작된 다음이다. 의도와 다른 부분을 고칠 수 있는지, 한곳을 바꿨을 때 다른 기능이 망가지지는 않는지, 실제 사용자의 요청을 반영할 수 있는지까지 경험해야 한다.

고객에게 AI 도입을 이야기하려면, 가능한 일을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어디서 어려워지는지, 무엇을 사람이 확인해야 하는지, 도입한 뒤에 어떤 일이 남는지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도 직접 그 일을 해보고 있어야 한다.

다음 작업은 조금 달라져야 한다

AI STUDIO의 성과를 연결한 모델 수나 생성한 이미지 수로 설명하고 싶지는 않다.

내가 확인하고 싶은 것은 다음 프로젝트의 시작이 달라졌는지다. 전에 했던 준비를 또 하고 있는지, 같은 문제에 다시 막히는지, 누군가 알아낸 방법을 다른 사람도 활용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렇게 확보한 시간으로 결과를 더 꼼꼼하게 확인했는지, 포기했던 대안을 한 번 더 검토했는지까지 보고 싶다. 일이 빨라지는 것은 중요하다. 무엇이 더 좋아졌는지도 함께 물어야 한다.

고객에게 최종적으로 전달하는 것은 AI를 사용했다는 사실이 아니다. 우리가 판단하고 책임질 수 있는 결과물이다. 그 책임은 도구가 좋아졌다는 이유로 가벼워지지 않는다.

그래서 회사의 역할도 남는다. 좋은 기술을 고르고, 실무에 맞게 연결하고, 실패한 부분을 고치고, 유용했던 경험을 다음 작업에 남기는 일이다.

피벗이 AI STUDIO에 시간과 비용을 쓰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한 사람이 어렵게 알아낸 방법이 그 사람의 작업창에서 끝나지 않았으면 한다. 다음 사람이 그것을 이어받아 조금 덜 헤매고, 더 나은 결과까지 가볼 수 있었으면 한다.

그때 비로소 AI를 쓴 경험이 회사의 실력이 된다고 생각한다.

지형석 PIVOT CREATIVE 대표의 프로필 일러스트

글쓴이

지형석

PIVOT CREATIVE 대표

디자인과 기술이 사람의 일을 어떻게 더 나아지게 하는지 고민합니다. 피벗을 운영하며 내린 판단과, 직접 만들고 사용하면서 배운 것을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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